Oct 9, 2014

국정한국사를 반대하는 이유

국정한국사를 반대하는 이유

첫째로 국정교과서는[1] ‘위험한’ 교과서이다.
둘째로 국정교과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질 낮은’ 교과서이다.
셋째로 국정교과서는 ‘부끄러운’ 교과서이다.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교과서이다.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역사를 전공으로 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착각하는 내용지식 가운데 대부분은 가설인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현재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라는 말을 TV에서나 신문에서 종종 보곤 한다. 말 그대로 ‘설’이다.
조금 더 가깝게 이야기하면 명백한 증거가 있지만(이를테면 조작된)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시간이 흘러 증거만 남아있게 된다면 역사는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는다.
이것이 역사의 모호함이다.

검정교과서는 여러가지 설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또 배우는 입장에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서는 이런 모든 통로가 차단된다.
왜냐하면 역사는 국가에서 발행한 국정교과서에 나와있는 것만이 정설이고 이 정설은 곧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면 국가는 역사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평가를 위주로 하는 교육[2]에서는 아무래도 국정교과서가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자 모두에게 더 손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역사적 내용지식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얻게되는 역사적 사고방식의 비중 역시 상당하다. 문제는 이 역사적 사고방식이 평가를 위주로 하는 교육체제에서는 측정하기가 매우 난감하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사고방식에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글을 쓰다보니 난잡해졌는데, 내가 생각하는 부분은..
    과연 검정제도에서는 일당의 무리들에게 독점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가끔 내 생각을 짧게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많이들 곡해하곤 하던데.. 이 역시 그럴까 우려된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민주주의는 전제주의를 벗어나고자 탄생했고 시작되었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말 지금은 전제주의에서 벗어났나? 국민은 민주주의에서의 주권을 모두 가지고 있나? 하는 의문에서 갈래를 뻗다보면 검정이라고 과연 그것이 국정을 반대하는 이유에서 나오는 그 참된 검정이 쉽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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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정은 국가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이고, 검정은 민간이 발행한 교과서를 국가가 검토해 허가해주는 체제인데,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제도이며 검정이 시행된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교과서 아래 교학사, 지학사 등 사설 출판사 이름이 적힌 것들이 검정, 국사편찬위원회 또는 교육부라고 적힌 과거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이다.  ↩

  2. 교육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평가를 중심에 두고 가르치는 교육과, 교육과정을 중심에 두고 가르치는 교육이다.
    전자는 쉽게 말하자면 문제를 미리 내고 그에 따라 교육을 한다. 수능체제처럼 시험을 보는 과목, 범위 등을 미리 정해두기에 가르치는 교육환경에 있어 테두리가 주어지고 방법의 다양성이 많이 묵살된다. 평가가 교육과정을 가둬버리는 아이러니함이 발생하지만 일괄적인 학업측정과 상대평가가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된다.
    반면 후자는 우리가 학창시절 수업시간 중간중간에 흔히 보던 형성평가와 같다.
    교육을 하고 난 후, 문제를 낸다.
    따라서 가르치지 않은 것은 절대 문제로 나오지 않는다. 즉 교육과정이 평가를 주도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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